몰라두데(Molladode)

추기경[樞機卿, cardinal]이란 무엇인가?

Gizbok 2023. 11. 14. 03:53
그리스도교의 문화와 교리는 우리도 알게 모르게 많은 부분에서 엿볼 수 있다고 합니다. 그게 왜 그런 이름인지? 그게 왜 그렇게 된 건지? 등등... 이런 것들이 무엇이 있는지 재미로 보고 알아두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

 

 

추기경의 붉은색 옷은 그리스도교 신앙을 굳건히 하고 하느님 백성들의 평화와 가톨릭교회의 발전과 자유를 위해 기꺼이 피를 흘릴 수 있는 용기를 갖고 행동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봉사자로서 교회에 봉사하는 것 외에는 어떤 것도 받아들이지 않도록 하십시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추기경(樞機卿)은 가톨릭 교회의 고위 성직자다. 사제품 이상을 받은 성직자 중에서 교황이 임명하며 사제품계에서 임명되면 주교품을 받아야 한다. 원래 추기경직은 주교 등 성품과 완전히 별개 개념으로, 주교가 아닌 추기경도 많이 있었으나 현재는 가톨릭교회법 제315조 1항으로 "사제직에 있는 이가 주교가 아닌 상태에서 추기경에 임명되면 주교품을 받아야 한다"라고 의무조항으로 명시해 놓았다.

​공식 석상에서의 경칭은 전하(殿下, H. E.; His/Your Eminence). 당연히 본래는 한자어가 아니며 한국 교회에서 정한 번역어인데 전통적으로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제후에 대한 경칭으로 사용되었다. 일본 교회에서는 추기경에 대해 예하(猊下)로 경칭하는데 이는 본래 불교의 고승을 높여 이르는 말이다. 한국에서는 일본의 영일사전의 라이선스를 얻어 영한사전을 제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부 영한사전에서 H. E. 를 예하로 풀이하여 이에 따라 일부 언론에서 추기경의 경칭을 예하로 칭한 용례가 과거에 많았으나 한국 교회의 공식 경칭은 전하다.

​추기경은 바티칸 시국의 시민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바티칸 시국의 국가원수(교황) 후보자라는 위상을 감안하여 국제 의전상 귀빈급의 대우를 받는다. 추기경으로 서임되면 자동적으로 바티칸 시국의 시민권을 취득하게 된다. 이 경우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는 국가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다른 목적을 가지고 타 국적을 취득한 것이 아닌 데다 추기경의 국제적 위상도 감안해서 대부분 특별 케이스로 이중국적을 인정한다. 과거 이중국적이 허용되지 않았던 대한민국도 한국인이 추기경에 서임되면서 얻는 바티칸 시민권에 대해선 명령에 의한(즉 강제성을 띠는) 국적 부여이므로 예외로 이중국적을 허용했다.

​추기경은 진홍색 수단과 주케토를 착용하는데 이는 신앙을 위해서라면 언제든 자진해서 목숨을 바친다는 순교의 의지를 의미한다. 그래서 진홍색을 Cardinal red라고 부르기도 한다. 예외로 동방 가톨릭 교회의 추기경은 동방 예법을 존중해서 동방식 복장을 착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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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교황의 선거권을 가지는 사람들을 말하며 대부분의 추기경들은 출신 국가의 중심 대교구의 장(長)을 겸한다. 교황청 내에서는 바티칸 시국의 부원수인 국무원장이나 교황청 산하 9개 성(省)의 장관직을 맡는 등 교황청과 바티칸의 업무를 총괄한다. 그리고 바티칸 시국의 시민권을 갖는다. 한 마디로 말해서 교황을 제외한 최고위 성직자라고 보면 된다. 일단 교황이 직접 칙서를 반포하여 임명하는 만큼 정말 아무나 되는 자리가 아니며 이건 주교도 마찬가지다. 콘클라베 참여 권한은 나이 제한이 있지만 추기경은 종신직이기 때문에 사망 때까지 직책을 유지한다.

 


 

추기경의 품은 주교급, 사제급, 부제급으로 나뉜다. 흔히 추기경이라 하면 주교가 한 단계 더 상승하면 오르게 되는 최고위급 성직자로 알고 있는데 실제로 대부분의 추기경은 주교이며, 예외도 있으나 아직 주교가 아니면 주교품을 받아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추기경이 주교급, 사제급, 부제급으로 나뉜다는 것은 추기경에 임명될 때 로마에서 부여받는 명의에 따라 구분되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명의만 부여받는 것이므로 실제로 해당 교구의 교구장이나 성당의 주임 사제 또는 부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 주교급 추기경은 로마 관구에 속하는 7개 교구의 교구장 명의를 받은 추기경과, 동방 가톨릭 교회의 총대주교총 대주교 3명이 해당된다. 이 중 로마 관구 소속 7개 교구의 주교는 원래 각 교구에 개별적으로 임명되었으나, 오스티아 교구장은 추기경회의 의장에게 수여됨으로써 6명으로 정해졌다. 현재는 6명의 라틴 주교급 추기경 외에 사제급이나 부제급 추기경의 본당명의를 주교급으로 승격시킨 추기경들도 있다. 주교급 추기경은 사제급이나 부제급 추기경 중에서 교황이 임명한다. 단 동방 가톨릭 재치권을 가진 총대주교인 추기경은 처음부터 주교급으로 임명받는다. 동방 가톨릭의 대주교나 주교급은 사제급으로 임명받는다.
  • 사제급 추기경은 로마의 주요 성당의 주임 사제 명의를 받은 추기경들로, 본국에서 교회 원로로 대우받는 대다수의 추기경들이 이에 해당한다. 사제급 추기경은 전 세계 지역 교구장 주교 중에서 임명되며 국무원장서리인 대주교가 추기경에 임명되면 사제급을 받는다. 사제급 추기경은 로마 교구 안에서 정해진 성당의 주임 사제 명의를 부여받는다. 한국인 출신으로는 고 김수환, 정진석 추기경과 염수정 추기경이 바로 사제급이다.
  • 부제급 추기경은 로마의 주요 성당의 부제 명의를 받은 추기경들로, 이들 중 10년이 넘은 추기경은 사제급으로 승격된다. 이때 승격된 추기경은 같은 시기 자신보다 뒤에 호명된 사제급 추기경보다 앞 순서에 배정받는다. 그리고 교황청 장관 추기경인 부제급 추기경이 지역의 교구장 주교로 임명되면 사제급 추기경으로 승격된다. 부제급 추기경은 과거엔 평신도에게도 부여된 자리였으나 비오 10세 이후에 평신도가 임명된 적이 없다, 교황의 주요 업무를 부제들이 수행했던 전통에 따라 추기경으로 임명된 교황청 관계 부서장들이 이에 해당한다. 현재도 교황청 장관 대주교나 위원장 대주교가 추기경에 임명되면 부제급을 받는다. 등급은 뒤로 갈수록 내려가지만, 1962년 이후로는 사제급이나 부제급 추기경이라고 해도 전부 주교 서품을 받아야만 하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명목상 분류일 뿐이다. 사실 정확하게 따지면 교회의 성직품은 딱 3개 품급인 주교, 사제, 부제로 나뉜다. 그리고 사제품 성직자가 추기경에 임명되면 부제급을 받는다. 사제품 성직자 중 주교품을 사양하여 현재도 주교가 아닌 추기경도 있다. 가톨릭교회법 제351조 1항에 "① 추기경에 승격되는 이들은 적어도 사제품을 받았고 학식과 품행과 신심 및 업무 처리의 현명이 특출한 남자 중에서, 교황에 의하여 자유로이 선발된다. 아직 주교가 아닌 이들은 주교 축성을 받아야 한다."라고 의무조항으로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고령에 추기경으로 서임된 사제는 주교품을 사양하고 이를 관면하는 경우도 있다.(성직자는 75살이 되면 현직 은퇴이므로 80살을 넘으면 주교품은 사실상 명예직일 뿐이다.) 한국인 출신 부제급 추기경은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을 맡고 있는 유흥식 추기경이 현재까지 유일하다.

추기경에 임명된 교구장 주교는 2개의 직책을 동시에 겸임한다. 예를 들어, 염수정 추기경은 로마 교구의 사제급 추기경이면서 현직에서 은퇴하기 전까지 서울대교구의 교구장(대주교)이었다.

 


 

추기경을 일컫는 라틴어 Cardinalis는 경첩을 의미하는 cardo에서 유래하는데 문을 여닫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는 점에서 교회의 중추가 되는 막중한 직책을 뜻한다고 한다.

​추기경은 일본에서 만든 번역어로 추기(樞機)라는 단어에는 중추가 되는 기관이라는 의미가 있다. 주역 계사편에 '언행은 군자의 추기(樞機)이며, 추기의 발동은 영욕의 근원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조선왕조실록에도 중요한 요직을 일컬을 때 '추기'라는 단어가 여러 번 나온다. 라틴어 원어와 비슷하게 지도리(돌쩌귀) 추(樞)자가 들어가니 초월번역이라고 할 수 있다. 추기경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전에는 추기경들이 입는 붉은 수단에서 유래한 '홍의주교(紅衣主敎)'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참고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MLB)나 애리조나 카디널스(NFL) 등 스포츠 팀의 마스코트로 들어간 '카디널'은 추기경이 아니고 홍관조라는 뜻으로 쓰였다. 다만 홍관조가 추기경과 관련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홍관조의 털 색이 추기경의 수단과 색상이 비슷해서 이 새가 cardinal이라고 불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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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추기경

 

한국천주교회 역사상 한국인 추기경은 2023년 1월 기준 역대 4명이 서임되었다. 1969년에 47세의 젊은 나이에 추기경에 서임된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 이후에 2006년에 만 74세의 나이로 서임된 정진석 니콜라오 추기경, 그리고 2014년에 만 70세로 서임된 염수정 안드레아 추기경, 2022년 5월에 만 70세로 서임된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이 있다.

​참고로 2022년 유흥식 추기경 이전까지는 모든 한국인 추기경은 현직 서울대교구장인 상태로 추기경에 임명되었다. 다른 주교나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도 추기경이 되는데 문제는 없으나 서울대교구장이 관습적으로 한국 가톨릭의 실질적인 수장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사실 2005년에도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대주교를 포함하여 춘천교구장 장익 주교와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가 함께 추기경 후보에 올라가는 등 서울대교구 이외의 교구에서도 추기경이 나올 가능성이 있었으나 2006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정 대주교를 추기경으로 임명하면서 이뤄지지 못했다. 이후 시간이 흘러 2014년에는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안드레아 대주교가 추기경에 서임되면서, '서울대교구 출신 추기경'이라는 타이틀이 깨지지 않았다.

​이는 황해도가 지금도 서울대교구 관할이었고, 북한의 함경도와 황해도를 제외한 모든 지역인 평안도가 평양교구 관할인데, 서울대교구장이 평양교구장 서리를 겸하고 있기 때문에, "남북통일과 북한 선교를 대비해서라도 서울대교구장이 추기경이 되어야 침묵교회인 평양교구를 통치 및 관할하기에 이롭고, 북한 최고지도자를 만났을 때에도 명분이 있는 만남"이라는 논리다.

​한국 가톨릭 주교들 중 교구장 주교들 이외에도 유일하게 교황대사를 수행해 왔던 장인남 대주교도 추기경 후보로 올라가는 등 서울대교구 이외에도 추기경이 나올 가능성이 있었다.

​천주교 신자 비율이 높은 국가는 추기경을 많이 보유하고 있으나, 국가 내 천주교 신자 비율과 추기경 수가 절대적으로 비례하지는 않는다. 한국의 추기경이 김수환 추기경 1명만 존재할 당시에, 천주교 신자 수가 적은 일본에서는 추기경이 3명이나 있었다. 일본인 추기경은 역대 총 6회 뽑혔고, 그중 교황청 소속인 하마오 스테파노 추기경(2007년 사망)을 제외하면 일본관구 출신 추기경은 총 5명이다.

​2021년 6월 11일에 천주교 대전교구장인 유흥식 라자로 주교가 교황청 심의회 중 하나인 성직자성의 장관으로 지명됨에 따라 대주교로 임명되었고 부제급 추기경으로 서임되었다. 교황청 주요 직위들은 추기경이 맡는 관례가 있고, 실제로 역대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을 역임한 성직자들은 추기경으로 임기를 마쳤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 천주교에서 다시 현직 추기경이 2명이 되는 시대가 개막되며, 동시에 처음으로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이 아닌 추기경이 탄생한다. 다만, 유흥식 주교도 현재 만 70세인 점을 감안하면, 추기경이 된다고 해도 고령의 성직자들이 맡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유흥식 대주교의 추기경 서임 가능성 이외에도 한국 교구에서도 추기경이 나올 가능성이 있는데, 2021년 10월 28일 염수정 추기경이 서울대교구장직을 사임하고 정순택 주교가 후임자로 임명되어 대주교로 착좌 했다. 2020년 말부터 새로 임명되는 대주교들은 중견급 주교들 중에서 젊은 축에 속하는 50대 내지 60대 초반 나잇대인 게 특징인데, 이는 한국천주교주교회의를 비롯한 한국천주교회 지도부의 세대교체 추세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에 1961년생인 정순택 주교의 서울대교구장 임명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염수정 추기경이 2024년 이후 80세가 넘어 교황 선거권이 사라지고, 그와 유흥식 추기경의 서임 당시 연령에 비슷하게 맞춰 새로운 한국인 추기경이 서임된다면 별다른 일이 없을 경우 향후 10년 이내에는 정순택 대주교도 서임될 것이 유력하다.

2022년 5월 29일,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대주교가 예상대로 추기경으로 임명되어 한국인으로서 4번째 추기경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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